아마가 본 맨발의 하루
터전 생활

아마를 맡은 날 아침에는 생각보다 긴장이 컸습니다. 아이들과 잘 놀 수 있을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괜히 방해만 되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바빴습니다. 막상 터전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책을 가져오고, 별명을 부르고, 저를 자기 놀이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 순간 아마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과 하루를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조금 이해됐습니다.
나들이와 밥 사이에서 보이는 것
오전 간식을 먹고 물컵과 나들이 가방을 챙기는 과정부터 이미 하루의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청계산 쪽으로 걸어가며 아이들은 앞서가다가도 멈춰야 할 곳에서는 기다렸고, 뒤처진 친구가 있으면 누군가 돌아보았습니다. 신나게 걷고 온 뒤 점심을 먹는 속도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집에서는 한 숟갈 더 먹이려고 애쓰던 아이가 터전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스스로 먹고 양치까지 해내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날적이를 쓰며 다시 보는 아이
낮잠 시간이 되자 교사들이 아이마다 어떤 말이 필요한지 알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누구는 등을 토닥이면 금방 잠들고, 누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뒤 날적이를 쓰려고 앉으니 오전의 장면들이 하나씩 다시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오늘 무엇을 했다는 기록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표정으로 친구를 만났고 무엇을 어려워했는지 남기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를 하고 나면 내 아이만 보이던 눈이 조금 넓어지고, 선생님들의 하루가 몸으로 이해됩니다."
소근방 아마 기록
아마를 마치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훨씬 가까워집니다. 등하원길에 아이들이 별명을 불러줄 때마다, 내가 잠깐 들어갔다 나온 하루가 아이들의 관계 안에 남아 있다는 걸 느낍니다.


